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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화 한판 붙을까!?
순간 이수경이 놀란 얼굴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것까지 알아내다니,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구나.” “후후 보통이지. 그런데 너는 그들이 두렵나?” “그렇진 않다. 하지만 굳이 그들과 엮이고 싶지도 않다.” “흠… 하지만 듣자 하니 그들은 오유겁을 바란다고 하던데?” “사실이다.” 이수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상하네……. 그럼 너와도 적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 그들의 적은 오직 너뿐이니까.” “그리고? 내가 죽은 다음에는? 바로 너희 차례가 될 텐데?” 이수경이 엽현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네가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네 뒤엔 그 무시무시한 여인이 있으니까. 괜히 어쭙잖은 말로 날 휘두르려 할 생각은 말거라.” “…….” “참, 볼일이 끝나는 대로 곧장 이곳을 떠나도록. 네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 상당히 불쾌하니까.” 이 말을 끝으로 이수경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 “보아하니 이곳에서도 환영을 받진 못한 모양이로군.” 장문수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렇다고 봐야지.” “저 여자와도 다퉜던 건가?” “맞아. 예전에 몇 번 겨룬 적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그런 사이는 아니야. 다만 예전의 앙금이 남아있다고 할까? 여자들이란…….” “흠… 어쨌든 저 여자에게서 매우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좀 있으면 안 보게 될 여자니까. 그나저나 빨리 네 창이나 만들러 가자!”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잡느니 마느니 다투면서 숲길 사이로 사라졌다.
두 사람이 떠난 후, 그 자리에 이수경이 다시 나타났다.
그의 곁에는 또 다른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현와였다.
“그 사이에 또 강해지다니, 불가사의한 자로군.” “…….” 현와가 말없이 서 있는 이수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각 시대의 강자들이 죄다 모여들고 있는 지금, 우리만 독불장군처럼 버티고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뭐겠어? 동맹이지.” “저 녀석과?” 이수경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현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엽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는 이수경.

“지금쯤이면 세이프파워볼 이미 결심이 섰으리라 생각되는데, 그렇지 않나?” 현와의 질문에 이수경의 침묵은 길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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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온 엽현은 곧장 노인에게 촉룡의 비늘 세 개와 태아정철을 건넸다.
“어르신 만약 재료가 남으면 촉룡갑을 하나 더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뭐, 그러지.” “감사합니다!” 노인이 흔쾌히 허락하자 엽현이 손을 맞잡으며 감사를 표했다.
이에 대장간 노인은 별말 없이 재료를 들고 가 재련을 시작했다.
잠시 후, 한편에 서서 구경하던 엽현이 질문을 던졌다.
“어르신, 혹시 상신(上神)이 뭔지 아십니까?” 상신!?
상신이란 한무기 시대에 존재했던 이수였다. 이수경의 주인조차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던 존재였다.
상신이란 말에 노인이 손을 멈추고 엽현을 돌아보았다.
“누가 실시간파워볼 그걸 알려 준 게냐?” “음… 그냥 어디서 주워들었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상신, 그는 한무기 최강의 존재였다. 그 실력은 촉룡을 넘고도 남았지.” “아직 살아 있습니까?” “그것까진 내가 알 수 없구나.” 엽현이 다시 뭔가 물으려 하자 낌새를 눈치 챈 노인이 손을 휘휘 저었다.
“지금 집중하고 있으니까 방해하지 말거라.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창이 아니라 불쏘시개가 될 수 있으니까.” 그 말에 엽현이 황급히 한편으로 물러났다.
이때 장문수가 그에게 다가왔다.
“앞으로 계획은 뭐야?” “간단해. 더 강해져야지!” 소도와 알게 된 후, 엽현은 그녀로부터 이 세상이 그의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과 자신보다 강한 존재 역시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분명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서옥을 노리고 있을 테니, 한시바삐 실력을 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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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김에 엽현은 품 안에서 서옥을 꺼내 들었다. 서옥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점점 무겁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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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안에 무엇이 있기에 목숨까지 걸면서 달려드는 걸까? 살짝 한 번 보고 닫을까?
이 생각이 뇌리를 스친 이때, 그의 앞에 차가운 얼굴을 한 이수경이 나타났다.
“꿈도 꾸지 말거라.” “왜? 잠깐 보는 것도 안 돼?” 순간 이수경이 돌연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 정신 나간 놈아! 이곳을 멸망시킬 작정이냐! 너는 도대체 생각이란 게 있는 게냐? 여기서 그걸 열었다가 강자들이 몰려들기라도 한다면… 아이고, 내가 앓느니 죽고 말지! 어디서 저런 게 굴러 들어와서는… 내 팔자야!” “…….” “그 물건을 노리는 놈들은 너만큼이나 미친놈들이다. 그걸 뺏기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할 자들이란 말이다. 내 말 알겠느냐?” “음…….” 엽현이 잠시 고민 끝에 말을 뱉었다.
“그럼 이 일이 끝난 후에 서옥을 천녀 누님이 있는 곳으로 보내면 되겠군.” “너… 화근을 아예 반대쪽으로 옮길 생각이구나!” “하하, 어쩔 수 없잖아. 내가 가지고 있기엔 노리는 자들의 실력이 너무나 괴물 같으니까.” 이때 이수경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행동으로 인해 네 배후의 여인의 목숨이 위험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냐?”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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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현이 순간 당황해서 이수경을 쳐다보았다.
이러는 사이에 이수경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네가 아직 호도자들의 무서움을 모르나 본데, 그들은 이 세상이 만들어졌을 무렵부터 이미 존재해 오던 자들이다. 당시 내 주인이 결국 오유겁을 막는 데 실패한 것도 모두 이들 때문이지. 당시 주인과 촉룡이 그들을 해결하기 위해 십여 년을 싸웠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만약 네가 서옥을 그녀에게 가져간다면 호도자들이 가만히 있을 성싶더냐? 내 장담컨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엽현이 멍하니 이수경을 바라보고 있던 이때, 계옥탑에 있던 구층 존재가 참지 못하고 말을 걸어왔다.
“저… 파워볼실시간 아가씨. 원래 가만히 듣고만 있으려 했는데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그대는 소복의 여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만약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바로 그녀일 걸세. 아니, 그 여자라면 분명 신보다도 더 강할 거야.” 이에 이수경이 엽현의 복부를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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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소? 그녀가 그렇게나 강하다면 왜 오유계로 넘어오지 못하는 것이오? 실력이 고만고만하니 사유계에서나 왕 행세를 하는 것 아니오?” 이 말에 구층 존재가 버럭 소리쳤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왜 나한테 뭐라 그래? 내가 뭐 지금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이거 듣다 보니까 기분 나쁘네… 야, 너 나 알아? 한판 붙을까? 엉!?” “…….” 엽현은 또 다른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구층 존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천녀는 이제 두려움을 너머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는 걸!
하지만 이런 그의 속도 모르고 이수경은 계속해서 긁어대기만 했다.
“물론 그대가 말하는 여인이 강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만큼 강하다면 왜 아직도 하계에서 어물거리고 있는 거지? 혹시 올라올 실력이 안 되는 건가? 아니면 겁이 나서 그런 걸까?” “하하하!” 이 말에 구층 존재는 기가 차는지 잠시 웃기만 했다.
“겁이라고? 일 검에 오유계 전체를 썰어버릴 여인이 두려움이 뭔지나 알까?” “에휴… 무슨 말이 통해야 대화를 하지.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이수경은 더 이상 대화할 가치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바로 이 순간, 엽현의 몸 안에서 강대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쾅-!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사방의 공간이 기이하게 변형되었다.
이에 이수경이 멈춰 서서 엽현의 복부를 바라보았다. 땀 흘리며 망치질을 하던 노인 역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당사자인 엽현이었다.
방금 전 그 강력한 힘은 대체 뭐였단 말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이 힘은 엽현이 아닌 구층 존재가 방출해 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힘의 크기는 엽현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 있었다.
이때 구층 존재의 성난 음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네깟 년이 감히 내 말을 무시해? 오냐, 오늘 내가 본때를 보여주마!” 이에 이수경이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대꾸했다.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여태까지 나오지 못했소?” “흥! 내가 그러기 싫어서 안 나가는 줄 아느냐? 이 상태로 나가버리면 이 녀석이 죽어버릴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내 목숨도 그날로 끝이기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이다!” 순간 이수경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대는 그 여인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에휴… 안 그러면 진작 여기서 나갔지 왜 이러고 있겠느냐?” “…….” “계집, 그녀는 너 따위가 얕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유계로 오지 않는 이유가 그녀가 약해서가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너희는 그녀가 이곳에 없는 걸 감사히 여기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배부른 놈들.” 이수경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젓고는 제 갈 길을 떠났다.


이수경이 떠난 후, 구층 존재의 한숨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찌하면 좋으냐. 나는 이제 무서워지려 하는구나.] “구층 주민, 뭐가 무섭다고 그러시오?” [생각해 보거라. 방금 보았듯이, 이 오유계 무인들 중에 그녀의 무서움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그녀를 얕본 누군가가 멍청한 짓을 했다가 그녀의 노여움이라도 산다면, 그놈은 물론 오유계 전체가 날아가 버릴 게 아니더냐? 나는 아직 조금 더 인생을 즐기고 싶단 말이다!] “…….” 바로 이때, 대장간 노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뚜벅뚜벅 걸어왔다. 이윽고 그가 가볍게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뜨거운 화로 안에서 창 한 자루가 튀어나오더니, 엽현과 장문수 앞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창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마치 별을 따다 만든 듯 때때로 눈부신 빛을 발했다.
멋있다!
이것이 창을 본 엽현의 첫 소감이었다.
이때 장문수가 오른손을 뻗자 검은 창이 그녀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쾅-! 순간 강대한 창의(槍意)가 장문수의 체내로부터 불어 나오더니 순식간에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이때 장문수의 눈이 번뜩였다.
“굉장해!” 그러자 곁에 있던 대장간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좋은 창이다. 특히 창 촉에 깃들어 있는 특성은 어느 시대의 창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창을 사용하면 어떤 갑옷도 뚫고서 곧바로 육신을 가격할 수 있다. 즉, 보호구에 대한 상성이 있는 무기인 것이다.” 노인이 엽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네 촉룡갑 또한 이 창 앞에선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이 정도의 무기가 많지는 않지요?” 엽현이 걱정스레 묻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다.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조차 처음이니까. 모르긴 몰라도 네 촉룡갑을 뚫을 수 있는 무기는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건…” 노인이 손을 펼치자 그 위에 촉룡갑이 나타났다.
“네가 부탁했던 갑옷이다.” “감사합니다!” 노인에게서 받은 촉룡갑은 전에 그가 만든 것과 완전히 같은 것이었다. 갑옷을 빠르게 살펴본 엽현은 곧장 그것을 장문수에게 건넸다.
“자, 네 거야.” “싫어!” “어, 어째서? 너 줄라고 만든 건데?” “그냥 싫어!” 하지만 엽현은 굴하지 않고 억지로 장문수의 손에 갑옷을 들려주었다.
“입어. 공짜 아니니까. 그거 입고 나중에 나와 함께 싸워야 해.” 싸움?
그 말에 장문수가 엽현을 한 번 쳐다보더니, 말없이 갑옷을 받아들었다.
그 모습을 본 엽현은 대장간 노인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어르신, 또 신세를 졌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무변지하성으로 가는 게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한무기 시대의 무인들과 접촉했겠군… 에휴…….” 노인의 반응에 엽현이 이상함을 느끼고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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